저출산 시대, 신생아 건강의 희망
의료 기술과 AI의 융합
저출산 시대에 신생아 건강은 미래 세대를 책임질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세종대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구영현 교수팀이 소아과 전문의와 협업해 ‘신생아의 저산소허혈성 뇌병증(HIE) 진단 및 예측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 개발 대회’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하며,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선보였다. 구영현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와 의료와 AI의 융합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구영현 교수
Q. 어떤 계기로 이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나?
A. 기존에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과 협업해 뇌 CT, MRI 영상을 기반으로 신경계 질환을 진단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울산대학교 최진화 교수가 협업을 제안한 부분이 신생아 저산소허혈성 뇌병증 연구였다. 다른 연구보다 이 연구를 먼저 시작한 이유는 데이터셋이 이미 구축돼 공개돼서였다. 현재 다른 연구들은 IRB 심사를 거쳐서 데이터셋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다.
Q. ‘신생아 저산소허혈성 뇌병증(HIE)’이란 무엇이며, 기존 진단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A. 신생아 저산소허혈성 뇌병증(HIE)은 출생 전후에 뇌가 산소와 혈류 공급 부족으로 손상을 입은 상태를 의미한다. 신생아의 뇌 손상으로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심각한 상태이지만,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호흡, 근긴장 저하, 경련 등의 증상은 HIE뿐만 아니라 신생아의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기존에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
Q. 이번 연구가 저출산 시대 신생아 건강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가?
A. 이번 연구로 HIE의 초기 진단 및 조기 치료가 가능해짐으로써 신생아 HIE로 인한 뇌 손상과 후유
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출생 후 몇 시간 이내의 빠른 진단 및 치료는 HIE의 중증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므로, 정밀 진단 장치의 발전은 장기 후유증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정밀한 HIE 진단 및 예측 기술을 통해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를 선별하여 자원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생아 중환자실의 과부하를 줄이고, 신생아 한 명에게 더욱 집중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Q. 이번 연구 이후 또 다른 신생아 건강 연구도 고려하고 있는가?
A. 다음 연구 주제로 ‘신생아 괴사성 장염(NEC)’을 준비 중이다. NEC는 희귀하고 비특이적인 질병으로, 진단이 늦어지면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8~24시간 전에 예측해 주는 모델을 디자인했다. 기존에 많은 연구가 단일 모달의 데이터를 이용해 모델을 만들었는데, 우리 연구팀은 멀티 모달 데이터를 사용해 멀티 태스크가 가능한 모델을 연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Q. 소아과 전문의와의 협업이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A.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소아과 의사와 협업은 모델의 성능과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특히, 신생아 및 소아와 관련된 의료 데이터는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해 의사의 참여는 데이터 처리와 해석, 결과 평가 등 다양한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진화 교수는 AI 모델이 학습한 결과가 임상적으로 타당한지 검토하고, 오진 사례를 분석하여 피드백을 제공했다. 그 외에도 최진화 교수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미세한 징후나 비정형적인 증상을 모델에 반영할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받았다.
Q. 의사와 AI 연구자의 협력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생각하나?
A. AI 연구자는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설계하지만, 임상 적용 경험이 부족해 연구와 실제 의료 현장 간에 괴리가 발생할 때가 있다. 반대로 의사는 AI 시스템의 알고리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효율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양측이 실시간으로 결과를 검증하고, 모델을 개선할 수 있는 협업 환경이 구축돼 협업이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Q.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다른 의료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도전하고 싶은 과제가 있는가?
A. 아산병원과 현재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인천성모병원, 빈센트병원과 함께 암 환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암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골절 등 다른 질환을 예측하는 모델도 연구 중이다. 그 밖에도 의정부성모병원의 이해국 교수와 중독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분당서울대병원, 영남대병원 등과 함께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연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