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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법률] 묵시의 갱신
2024-09-04 hit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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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법률

묵시의 갱신

세종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이재교





임대차 계약에 ‘묵시의 갱신’이라는 제도가 있다. 임대차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상당한 기간 내에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임대차 종료를 주장하지 아니한 경우 임대차 계약이 연장되는 제도다(민법 제639 조). 시중에서는 자동 갱신이라 불린다. 쌍방이 임대차 기간 만료에도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아니한 것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할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쌍방이 기간 만료를 알았든 몰랐든 상관없다. 묵시의 경신이 됐을 경우, 그 임대차는 기한의 약정이 없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묵시의 갱신에 의한 임대차 존속 기간에 당사자 쌍방은 언제든 계약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고, 그로부터 1월 후에 계약은 종료된다(민법 제635조).


주택임대차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임대인의 경우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계약을 끝내겠다고 통지하지 아니할 경우, 묵시적 갱신이 될 수 있다. 임차인의 경우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아니하면, 묵시의 갱신이 될 수 있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이 쌍방이 임대차 만료일 2개월 전까지 아무런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묵시의 갱신이 된다.


묵시로 갱신된 경우 보증금·월세 등은 종전과 동일하고, 존속 기간은 2년이 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주택임대차의 최소 기간 2년을 묵시의 갱신인 경우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임차인은 그 기간 안에 언제든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 방을 빼겠다고 임대인에게 통지하면, 그로부터 3개월 후에 임대차가 종료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7조). 물론, 임대인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상가건물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종전에는 임대차 만료일 6~1개월 전에 쌍방이 아무런 통지가 없으면, 묵시의 갱신이 된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6월 27일, 상가임대차의 묵시의 갱신과 관련해 흥미로운 판례를 내놓았다. 상가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시기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즉, 상가 임대차 계약의 만료일 하루 전에 나가겠다고 하더라도 묵시의 갱신은 인정되지 않고, 원래의 만료일에 종료된다는 것이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임차인의 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이 임대차 만료일 6~1 개월 사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해석은 좀 어색하다. 임차인 보호도 좋지만, 임대인에게 임대차 종료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상가임대차에 묵시의 갱신이 됐을 경우, 그 효과도 주택과는 조금 상이하다. 묵시의 갱신이 되면, 종전과 동일한 보증금과 월세이되 자동 연장되는 기간은 1년이다. 주택의 2년과 대비된다. 역시 종전의 계약 기간과는 무관하다. 다만, 상가의 경우에도 임차인은 언제든 임대차의 종료를 통지할 수 있고, 그러면 3개월 계약 기간은 종료된다. 물론, 임대인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임대차 관련 법령은 임대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임대차 계약에서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함임은 물론이다. 이는 법의 이념인 정의와도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