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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예술학과 임재령 학생, 졸업작품 단편영화 <하나의 넓이>를 제작하다
2024-03-11 hit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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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넓이> 촬영 중인 임재령(영화예술학과·19) 학생


영화제작의 시작, 제작비 마련

영화예술학과의 연출 전공으로 졸업하기 위해서는 졸업작품으로 단편영화의 연출을 해야 한다. 그렇게 기획하게 된 나의 졸업 작품 <하나의 넓이>는 1인 가구 하나와 독거노인 숙자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독거 청년과 독거 노인, 서로 닮아 있고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 두 세대의 소통과 공감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쓰게 된 건 자취를 하고 있는 나에게 홀로 지내고 계시던 할머니의 치매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였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발전하여 시나리오로 만들어 나갔다.


2월부터 써오던 시나리오의 예산안을 잡았을 때 2,000만 원 이상이 필요했다. 부족한 예산을 얻기 위해 영화 제작비 지원 사업에 도전했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영화진흥위원회, 협성문화재단 등의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시나리오가 필요하며 재단마다 준비해야 할 제안서가 다르다. 제출해야 할 서류는 시나리오 외에도 단편영화 기획안, 제작 예산서, 이력과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등 다양하다. 단편영화 제작이라는 사업의 투자를 받는 제안서를 작성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구체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본인 영화의 가치와 제작 필요성에 대한 어필을 잘 해내야 한다. 연이은 불합격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수정과 도전을 했다. 3개월의 노력 끝에 운 좋게도 신영균예술재단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영화 제작비를 마련했다. 예산 부족이 고민이라면 지원 사업을 찾아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끝나지 않는 사전 준비, 프리프로덕션

예산이 준비되었다면 영화를 실제로 촬영할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함께 촬영할 스태프를 파트별로 모았다. 연출, 미술, 촬영, 조명, 제작 등으로 나뉜 스탭 약 20명 이상이 함께하게 된다. 선후배가 서로의 영화에 팀원이 돼주는 문화를 통해 팀원을 모았으며 영화를 공부하며 만난 타학교 영화 전공생들의 인연으로 스텝을 구하기도 했다. 추가로 필름메이커스라는 영화 커뮤니티를 통해 스태프 모집 공고를 낼 수도 있다.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나리오, 그림 콘티, 줄 콘티, 배우 섭외 등 연출적인 부분도 있지만 공간 대여, 차량 대여, 촬영 장비 대여, 일일 촬영 계획표 수립, 이동 플랜, 공간 세팅 플랜, 미술 소품 구매 등 다양한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줄콘티에서 발전해 그림 콘티를 그리는 과정에서 머리에만 있던 장면이 그림으로 그려지기 시작하며 눈에 보일 때 영화를 찍는 설렘을 느꼈다. 각 장면별로 담고 싶은 의도에 맞는 구도를 고민하고 장면들 간의 구성을 짜는 콘티 작업만 총 3주가 걸렸다. 가장 빠르게 결정이 된 촬영 장비 대여의 경우 학교에서 장비를 빌릴 수도 있지만 학교 장비의 컨디션이 불만족스러웠던 나는 외부 업체에서 전체 장비를 대여했다. 이 결정이 장비 문제없이 현장이 진행될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랜 시간 애를 먹은 파트는 공간 대여였다. 두 주인공이 같은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산다는 콘셉트와 긴 원룸 형식의 복도식 아파트인 집의 구조를 원했고 조건에 충족하더라도 대여 가능 기간, 미술 세팅 플랜이 맞아떨어져야 최종 대여를 결정할 수 있었다. 장소 대여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로케이션 뱅크, 아워플레이스 등 촬영 장소 대여 플랫폼에서 1차적으로 방문하고 싶은 리스트를 뽑고 연락을 돌려 방문 일정을 조율한다. 이후 예비 장소들에 직접 방문하고 테스트 촬영을 통해 장소를 확정했다. 이처럼 공간 대여를 위한 로케이션 리스트업부터 헌팅까지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그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고 회의하고 하나씩 결정해 가는 일은 즐거웠지만 힘든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주어진 예산의 한계에 부딪히고 원하던 배우 섭외가 불발되면서 울기도 했었다. 이 과정들 속에 같은 과 동기들이 힘이 돼줬다. 나를 믿고 도움을 주는 정말 소중한 인연이다.


▲ 임재령 학생


드디어 촬영! 연이은 후반작업

모든 준비를 마치고 총 7일간의 촬영에 들어갔다. 총 6회차로, 3일 찍고 하루 쉬고 다시 3일을 찍는 일정이었다. 현장은 연출팀, 미술팀, 제작팀, 촬영 조명팀, 음향팀으로, 5개의 팀이 동시에 협업을 하며 진행됐다.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디렉팅, 연출팀의 전달과 진행, 배우의 연기, 촬영 구도를 잡는 기술, 조명 기술, 소리 수음, 공간을 채우는 미술, 촬영 현장 전체를 문제없이 굴러가게 하는 제작의 역할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는 건 현장의 지휘봉을 쥔 감독이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인 감독에게는 연출력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결단력, 한 장면을 찍으며 전체를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책임지는 리더가 나 자신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밤낮없는 일정이 더해져 스태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지쳐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지만 그럴수록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작품을 완성하겠다고 결심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촬영이 끝났다. 촬영만 끝난 것이지 영화 제작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큰일을 해냈다는 후련함을 뒤로하고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영화의 후반작업에는 편집, 색 보정, CG, 사운드 믹싱, 후시 녹음 등이 있다. 이제 편집실에서의 밤샘이 이어졌다. 점점 영화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을 보며 감격스러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편집된 영화에 최종으로 작곡된 음악을 넣고 시사해 봤던 순간이다. 시나리오 글 속에 상상만으로 존재하던 나의 주인공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된 순간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음악을 작곡했던 이유는 이미 존재하는 곡들을 사용하면 저작권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내 영화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자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로 지인 소개를 통해 음악감독님을 섭외했다. 음악회의를 할 때 음악감독님과 마음도 잘 통했기에 완성된 곡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첫 회의 때는 레퍼런스가 될 곡을 준비해 가서 함께 들으며 원하는 곡을 서로 맞춰 나갔다. 내가 준비한 레퍼런스 곡 중 하나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OST Imoto였다. 이후 편집본이 나오고 실제 영화 장면을 보며 음악감독님과 곡을 계속 수정해 완성했다. 드디어 상영만을 앞두고 있다.


▲ 촬영한 영상을 모니터링 중인 임재령 학생


영화제 상영, 학교에서의 마지막 작품의 끝과 그다음

설렘과 떨림을 안고 세종대 졸업영화제가 다가왔다. 충무로의 대한극장에서 열린 2023 세종대학교 졸업영화제에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그중 단 한 명의 관객에게라도 내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닿기만 해도 기쁠 것 같았다. 상영을 무사히 잘 끝내고 베스트 각본상을 받는 영광을 얻었다. 수고해 준 스태프, 나를 믿어준 배우님들, 응원을 아끼지 않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한 하루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를 소망하며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는 일이 남아있다. 단편영화 배급은 개인이 출품할 수도, 배급사와 계약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으며 배급 대행을 해주는 업체 또한 있다. 여러 영화제의 문을 두드려 볼 계획이다. 학생의 신분으로 제작할 수 있는 마지막 영화가 지나고, 새로운 꿈의 방향을 찾아가는 중이다.



취재/ 남보근 홍보기자(kjnsbbb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