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치오 교수
외식경영학과 파브리치오 교수는 2020년부터 세종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작년 6월부터는 KBS ‘백종원 클라쓰’에 출연하고 있으며, 15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이태리 파브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강의와 방송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Q. 방송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분은 어떠한가?
A. 좋은 기회들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들을 쌓는 과정이 너무 재밌다. 방송활동을 하면서 매번 느끼지만 요리전문가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초심자의 자세에서 방송활동을 하며 많이 배우고 발전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와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강의를 전달하고 싶다.
Q. ‘백종원 클라쓰’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는가?
A. 2018년 ‘한식대첩 고수외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대표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출연하게 되었다. ‘백종원 클라쓰’ 시즌 1부터 출연하여 현재 방영중인 시즌 2까지 1년째 출연하고 있다. ‘백종원 클라쓰’에서는 다른 외국인 출연자들과 함께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백종원 대표에게 한식을 배우고 있다. 지역 식재료를 활용하여 나만의 퓨전 요리법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Q. 인기는 실감하는가?
A. 아직 인기를 실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어 신기하다. 요즘 외출을 할 때도 옷차림도 신경 쓰고 괜히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나간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장바구니 목록도 약간 신경을 쓰는 편이다. 혹시라도 셰프 출신이 구매하는 식재료를 유심히 보고 실망할까봐 걱정돼서다.
Q. 방송활동의 어려움은 없는가?
A. 스케줄 관리가 어렵다. 방송프로그램 스케줄은 촬영시작 2~3시간 전에 도착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 ‘백종원 클라쓰’는 지방 각지에서 촬영을 한다. 촬영지까지의 이동시간이 길다. 지난주에는 강원도에서 오전 9시 촬영이 있어 쪽잠을 자고 새벽 2시에 일어나야 했다. 교수로서 강의도 해야 하고 남편이자 아빠로서 가족의 일도 해결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병행하기 쉽지 않다.
Q. 학생들은 방송활동을 어떻게 보는가?
A. 아직까지는 학생들이 나의 방송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간혹 학생들이 알아봐주는 경우가 있긴 하다. 고맙기도 하지만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방송인으로서 비춰지는 모습이 꽤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학생들에게 방송활동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혹시라도 자랑하는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Q. 한국은 어떻게 오게 되었는가?
A. 이탈리아에서 운영했던 레스토랑에 근무하던 수셰프가 한국인이었다. 그가 소개해 준 각종 장류와 김치 같은 한국 발효음식에 관심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에 거주중인 한국인 커뮤니티에 한식애호가 이탈리안 셰프로 유명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여러 방송 관계자들이 방송 출연을 제의하여 한국에 오게 되었다.
Q. 한국생활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는가?
A. 한국어 구사가 어려웠다. 강의나 방송이나 빠른 리액션이 생명인데 한국어 실력이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아 힘들었다. 한국어를 독학한지 3년차이다. 주변 외국인들의 조언이 있었다. 5년 정도는 공부해야 원하는 한국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새로운 표현을 알게 되면 얼른 기록해놨다가 따로 공부를 한다.
Q. 요리는 언제 시작했는가?
A. 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작했다. 학창시절에는 물리와 화학에 관심 있어 과학고를 진학했지만 과학을 전공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어 Law Services Sciences for Finance를 전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졸업하고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레스토랑 일을 도왔다. 요리에도 과학적 원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요리에 매료되었다.
Q. 주로 어떤 과목을 가르치는가?
A. 서양음식을 중점으로 가르친다. 이번 학기에는 3가지 수업을 맡고 있다. 외식경영학과에서는 ‘외국조리실습’ 수업, 글로벌조리학과에서는 ‘K-Food&세계요리실습’ 수업, SCIA(세종컬리너리스쿨)에서는 ‘이탈리아 요리여행’ 수업을 진행 중이다. 모두 조리수업이다. 나의 전문분야는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이탈리아 음식을 포함하여 프랑스, 그리스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Q. 조리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A. 학생들에게 오늘 배울 요리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한 후 바로 조리 시연을 진행한다. 시연이 끝나면 학생들은 각자의 조로 돌아와 배운 요리를 직접 실습한다. 조리수업은 강의보다 강의의 시작과 끝이 더 고되다. 수업 전에는 식재료 준비를 하고 수업이 끝나면 조리실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효과적인 수업 진행을 위해 모든 조리수업에 1시간 일찍 강의실에 도착하여 학생들과 함께 식재료 손질과 배분을 하며 수업준비를 하고 있다.
Q. 강의준비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가?
A. 새로운 방식의 조리법, 외국의 다양한 음식을 소개해주는 것을 초점으로 준비한다.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특화되어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음식은 단순히 섭취하는 음식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통해 그 나라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음식과 관련된 역사나 문화를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Q. 세종대 외식경영학과만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조리수업뿐 아니라 경영수업도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제 외식업은 단순히 요리를 잘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요리 실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의 흐름을 이해하고 팀을 영리하게 꾸릴 수 있는 능력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세계 유명 오너 셰프들도 요리사보다는 경영자에 가깝다.
Q. 유튜브와 방송활동 준비는 어떻게 하는가?
A. 현재 소속된 회사가 있다. 회사의 담당팀과 함께 준비한다. 유튜브의 경우 담당자와 회의를 통해 영상 아이템을 선정한다. 편집팀과 촬영팀이 따로 있기 때문에 나는 출연만 하면 된다.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는 촬영팀 없이 내가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다. 촬영 후 개괄적인 개요를 편집팀에게 전달한다. 방송활동 준비는 매니저의 도움을 받고 있다.
Q. 유튜브 채널 운영과 방송 출연이 수업에 도움이 되는가?
A. 내가 강의하는 모든 수업은 조리수업으로 운영된다. 그렇기에 매번 조리 시연을 선보여야 한다. 나는 유튜브와 방송에서 이미 많은 조리 시연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조리 시연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내가 시연하는 몇 개의 메뉴들은 내 유튜브 채널에 탑재되어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내 채널에서 영상을 보며 복습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앞으로도 세종대 교수로 오래 강의하고 싶다. 현대의 조리기술과 정교한 플레이팅 방식을 배울 수 있는 ‘Modern Cuisine’을 강의해보고 싶다. 최근에는 사찰음식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 채널 콘텐츠로 계획 중이다. 레스토랑 운영도 계획 중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가격대가 높은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했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가격대가 저렴한 대중적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지금처럼 꾸준히 학업에 매진하길 바란다. 세종대 학생들은 내가 가르쳐 본 학생들 중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다. 매년 열정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자극 받고 있다. 앞으로도 양질의 수업과 외식업 분야에 대한 넓은 시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취재/ 이연주 홍보기자(accioneur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