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사탑 앞의 채규현 교수
세종대학교(총장 엄종화) 물리천문학과 채규현 교수가 장주기 쌍성(그림)의 궤도운동이 쌍성 사이의 가속도가 극히 약해질 때 뉴턴-아인슈타인 표준중력의 예측에서 벗어나 밀그롬(Milgrom) 역학 혹은 수정(modified) 뉴턴 역학의 예측을 따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천문학회에서 발간하는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현지시간 2024년 9월 9일 월요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논문 제목: Measurements of the Low-Acceleration Gravitational Anomaly from the Normalized Velocity Profile of Gaia Wide Binary Stars and Statistical Testing of Newtonian and Milgromian Theories).
약한 가속도에서 중력의 성질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암흑물질 개념, 천체들의 역학, 근본물리 이론, 우주론 등이 중력의 성질과 깊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약한 가속도에서 중력이 뉴턴의 예측에서 벗어난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의 수정 혹은 확장이 불가피해지고 표준우주론도 수정돼야 한다.
채규현 교수는 2023년 장주기 쌍성에서 뉴턴역학이 붕괴한다는 증거를 발표한 후에 계속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연구 결과가 과학 혁명을 의미할 정도로 중요하고 학계에서 논란이 있기에, 채 교수는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채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장주기 쌍성 샘플들과 다양한 종류의 방법들을 총 동원했다. 여기에는 2023년에 발표된 채 교수 연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사용된 방법까지도 포함됐다.
채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번 연구는 학계에 대한 내 의무이기도 하다. 작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대한 반박 주장들이 있기에(사실 과학의 발전에서 반박과 논란은 흔히 있는 일이다), 나는 그런 주장들을 해명하고 원인들을 밝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대한 분석을 통해서 채 교수는 작년에 얻은 결론을 다양한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다른 결과들의 원인들을 밝힐 수 있었다. 따라서 약한 가속도에서 중력 변칙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채 교수가 밝힌 중력 변칙에 의하면 장주기 쌍성은 두 별 사이의 중력 가속도가 제곱초당 약 10분의 1나노미터 이하일 때 뉴턴의 예측보다 약 40% 정도 크다. 이 결과는 최근에 멕시코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교수에 의해서 독자적으로 확인됐다. 채 교수는 이에 대해 “이러한 중력 변칙은 많은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에게 불가사의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러한 중력변칙이 밀그롬(Mordehai Milgrom)에 의해서 이미 40여년 전에 예측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그롬 역학은 뉴턴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처럼 중력에 의해 자유낙하 하는 입자들의 가속도 동일성을 만족시킨다. 이를 자유낙하의 보편성 혹은 약한 등가 원리라고 부른다. 이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물체들 낙하 실험을 통해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턴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은 한발 더 나아가 강한 등가 원리를 가정하는데, 이에 의하면 일정한 외부 중력 가속도에 의해서 자유낙하 하는 계의 내부 역학이 외부 중력 가속도의 세기와 무관하다. 하지만 뉴턴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과 달리 밀그롬 역학은 강한 등가 원리의 위배를 가정한다. 따라서 밀그롬 역학에 의하면 약한 가속도에서 계의 내부 중력이 외부 중력장의 세기에 의해 결정된다. 장주기 쌍성의 내부 역학의 경우 우리은하의 중력인 제곱초당 10분의 2나노미터에 의해서 뉴턴 예측치보다 40% 강한 내부 중력을 예측하는데 이것은 관측치와 일치한다.
이미 얻어진 연구 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이지만, 이 중력 변칙이 `과학적 사실‘이 되기 위해서는 무제한적인 재현 관측과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관측된 중력 변칙이 새로운 과학이론의 발견에 유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결과보다 정밀한 관측이 필요하다. 채 교수 등 과학자들은 새로운 데이터 확보와 새로운 방법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연구 결과가 정밀한 횡단속도들의 분석만으로 얻어졌는데, 향후 정밀한 시선(종단)속도가 얻어진다면 기존결과보다 정밀한 연구 결과가 기대된다.
Gaia 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장주기 쌍성의 예. 이 별들은 서로 약 6000 천문단위(1 천문단위는 지구-태양 거리) 거리에서 돌고 있다. 이 쌍성은 지구로부터 약 280광년의 거리에 있다. 배경의 희미한 별들은 훨씬 먼 거리에 있어 쌍성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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