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세원(영어영문학과·17) 동문
양세원(영어영문학과·17) 동문은 2022년부터 TJB 대전방송에서 아나운서로 뉴스와 방송활동을 시작해 2024년 7월부터 광주 MBC 시사보도본부에서 근무 중이다. 광주 MBC 뉴스데스크 아나운서로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 양세원 동문을 만났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세종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복수전공한 17학번 양세원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4년 가까이 되어 가서 이렇게 설명하는 게 낯선 기분이다. 요즘은 ‘광주 MBC 아나운서’ 양세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Q. 아나운서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초등학생 때 TV에 나오는 아나운서를 보고 신기한 마음에 부모님께 아나운서가 되는 방법에 대해 여쭤봤었다. 미모와 지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알려주시던 부모님 표정이 꼭 “넌 쉽지 않을 텐데”라고 하시는 것 같아서 오기가 생겼다. 그 후로는 장래 희망 란에 꾸준히 ‘아나운서’라고 적었고, 학교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즐기고,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려주고 설명하는 걸 잘하는 내 적성에 잘 맞는 일이었던 것 같다. 어디선가 “꿈은 내가 찾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에게 아나운서는 자연스레 찾아와 스며든 꿈인 것 같다.
Q.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는가?
A. 대학교 졸업 전에 꼭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채용 기회는 한정적인데 준비생들은 많았기에 단번에 원하는 회사에 합격하는 것은 그야말로 바늘구멍 뚫기였다. 서류에서 탈락하기도 했고, 카메라 테스트에서 떨어지기도 했고, 될 듯 말 듯 아쉽게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하기도 했다. 수십 대 1, 수백 대 1의 경쟁률에 무너지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가 되려는 ‘마음’만은 잃지 않았다. 아나운서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고민했고, 시험에 떨어졌다고 해서 나라는 인간 자체가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쉽게 얻어지지 않기에 더 귀한 자리라고 생각하니 다시 나아갈 힘이 생겼다. 그렇게 ‘운’과 ‘실력’ 그리고 ‘때’ 삼박자가 맞았던 2022년의 여름 TJB 대전방송(대전, 세종, 충남 SBS) 아나운서로 합격할 수 있었다.
Q. 대학생 때 어떤 활동들을 했는가?
A.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대학교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스무 살 때 시작한 뒤 스물두 살 봄까지 했던 홍보대사 누리아리 시절은 대학 시절 추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교 의전, 캠퍼스 투어, 대학교 홍보 책자 표지 모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아 감사하다.
또 내 목소리가 널리 쓰일 수 있었으면 해서 목소리 녹음 봉사를 주로 했다. 문화재청에서 제작하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책에 내 목소리가 쓰이기도 했고, 구치소 수용자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무부 보라미 라디오의 일일 디제이가 된 적도 있다.
Q. 후배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A. 종종 후배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는데 특정한 활동으로 제한해 두지 말고, 최대한 여러 경험을 해나가라고 대답한다. 그게 여행이든, 운동이든, 봉사든, 사랑이든 간에 말이다.
취업을 위해 성적을 관리하고, 자격증을 따고, 스터디를 하는 시간도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대학 시절을 회상해 보면 성적표에 남지 않더라도 마음에 남는 것들이 더 자주 떠오르는 것 같다. 그 시절 친구들과 처음 간 여행지에서의 설렘, 내 가슴을 뛰게 했던 사람과의 대화, 인생의 방향을 정해줬던 봉사활동에서의 기억 같은 것들이 오래 남는다. 심지어 대차게 실패했던 순간조차 작은 교훈으로 남는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를 마주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뭐든 더 열심히 도전해 볼 것이다.

▲광주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고 있는 양세원 동문
Q. 생방송은 긴장될 것 같은데, 본인만의 긴장을 푸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생방송을 하다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불안을 안고 일하게 된다. 그래도 이제는 매일 방송을 하다 보니 긴장되는 상황에 적응한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혹은 ‘너무 잘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답은 간단하다. 준비를 철저히 하면 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면 된다. ‘잘해야지! 떨지 말아야지!’ 하면 스텝이 꼬이는 법이다. '나 지금 떨고 있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스텝이 꼬이면 그게 탱고다!'하며, 준비한 나 자신을 믿고 이겨내야 한다.
Q. 출근 후 하루의 일과는 어떠한가?
A. 방송 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5시 뉴스 준비를 위해 4시부터 분장실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뉴스 원고를 미리 읽어본다. 프롬프터에 오탈자가 없는지, 원고에 비문은 없는지 살펴본 다음 5시 뉴스를 진행한다. 뉴스가 끝나면 6시 라디오 뉴스를 하는데, 라디오는 정해진 시간 내에 마무리하는 게 중요해서 초 단위까지 신경 써야 한다. 18시 04분 10초에 딱 마칠 수 있게 시간 조절용으로 광주 지역 날씨 소식 마무리 멘트도 준비해둔다.
그리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뒤에 하루의 마지막 방송인 뉴스데스크를 준비한다. 7시쯤 메이크업 수정을 받고 다시 원고를 제 입에 맞게 수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 MBC 뉴스 중간에 광주 MBC 뉴스데스크가 시작되고, 서울 뉴스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광주 뉴스도 끝나기 때문에 시간 조절이 중요하다. 오늘은 몇 분에 들어가는지, 큐시트 상 원고를 다 읽을 것인지 등 뉴스 전반에 관한 사항들을 뉴스 전과 도중에 PD님과 상의한다. 마지막으로 옷매무새와 목을 가다듬고 뉴스를 전한다.
시청자들은 그냥 주어진 원고를 읽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카메라 안팎에서 뉴스 하나를 위해 꽤 많은 시간을 공들인다.
Q. 일과 휴식의 균형을 지키는 자신만의 시간 관리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뉴스 시간에 맞춰서 출근해서 워라밸은 잘 유지되는 편이지만, 그래도 공과 사를 더 확실히 분리하려고 하는 편이다. 아나운서들은 공감할 것 같은데, 그날의 방송 결과에 따라서 일희일비하게 된다. 방송이 만족스러운 날에는 뿌듯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엔 속상하고, 가끔은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일상까지 끌어오지 않으려고 한다. 공들여서 요리해 먹기, 테니스 치기, 취향 담긴 노래 듣기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간다. 그러다 보면 일로부터 발생한 피로를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고, 다시 일하러 갈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이 균형을 잘 지키면서 살아가는 게 전체적인 삶의 방향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Q. 회사가 광주에 있는데 타지 생활의 어려움은 없는가?
A. 낯선 곳에서 터를 잡고 일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광주에 오기 전에도 연고 없던 대전에서 2년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금세 적응한 것 같다. 원래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리고 지역의 프로 스포츠팀의 경기를 보러 가거나 맛집 탐방처럼 해당 지역에서 생활할 때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곳곳에 즐길 게 널려있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지낼 만하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어서 잘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전국 각지의 소중한 인연까지 얻어갈 수 있다는 게 지역 근무의 장점이기도 하다!
Q. 일을 시작하고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A. 평소 경기를 직관하러 갈 정도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데, 아나운서가 된 이후로 스포츠 선수들을 직접 마주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대전에 있을 때는 하나시티즌 황인범 선수, 한화이글스 문동주 선수가 회사 뉴스에 출연해 대담하게 됐다. 평소 경기 보면서 응원했던 선수를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얼마 전 광주에서는 기아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서 이범호 감독과도 뉴스 대담을 했다. 스포츠 팬으로서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또 내 뉴스 영상이 가끔 다른 방송의 자료화면으로 쓰일 때가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유퀴즈>에 자료화면으로 출연했는데 보시고 연락 주신 분들이 꽤 있어서 놀랐다.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나운서로서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Q. 뉴스 진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전달력’에 가장 힘쓰고 있다.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대부분 틀어놓고 집안일을 하면서, 혹은 휴대폰을 보면서 듣기 때문에 더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잘 들리는 뉴스를 하려고 한다. 또 어렵거나 생소한 용어가 있다면, 시청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고, 문장도 최대한 단문으로 바꾼다. 읽지 않고 감정을 담아 ‘말하는 뉴스’, ‘듣기 편한 뉴스’를 지향하고 있다.
Q.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가?
A.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목소리가 살아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그냥 주어진 원고를 로봇처럼 읽는 아나운서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이 시청자들의 머리나 가슴에 새겨지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예전에 한 시청자분이 내 목소리가 또렷해서 유독 잘 들린다고 하신 적이 있다. 새벽에 우유 배달하시는 청취자는 내 라디오 소리로 잠이 깨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한다고 하셨다. 이럴 때 내 목소리와 진심이 누군가의 머리에, 가슴에 닿은 것 같아 뿌듯하다. 목소리로 칭찬받을 때나 나의 목소리가 필요한 곳에 잘 쓰였을 때 아나운서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또 어떤 방송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목소리로 가능한 오래 시청자들과 함께하고 싶다.
Q. 언론인을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언론인은 격동하는 역사의 한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사람과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매 순간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는 게 고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시선을 보내고, 귀 기울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일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바른 소리를 내는 언론인이 많아지면 바른 세상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런 후배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라며, 꿈으로 향하는 길에 작은 응원을 보탠다!
취재/ 강은지 홍보기자(keej17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