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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의 알쓸신잡 ⑰탄: 경영학부 정재욱 교수가 전하는 국민연금의 진실
2023-08-16 hit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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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부 정재욱 교수


국민연금 개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가까운 미래에 소진될 것이라는 소식은 청년 세대에게 불안과 불신을 일으킨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못 받을 수 있는 돈”이며, “기성세대보다 적게 받는” 또는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청년 세대에게 현재의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의 버팀목이 아니라 불안한 미래로 비춰지는 것이다. 


국민연금 제도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앞으로 장기간 보험료를 납부할 청년들이다.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와 올바른 개혁 방안에 관해 알아보고자 경영학부 정재욱 교수를 만났다.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

국민연금은 1988년 정부가 최소한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만든 제도이다. 가입자는 소득 활동을 할 때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해 모아두었다가,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소득 활동이 중단된 경우, 국민연금으로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엔 유족에게 생계비를 지급해 소득을 보장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국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내외국인이라면 의무로 납부해야 한다.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현재의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바로 그 이유이다. 한국의 저출산과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출생아 수는 25만 명 미만으로 내려선 반면, 고령층 인구 비중은 빠르게 증가해 2025년경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로의 진입이 예상된다. 


올해 발표된 제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5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청년 세대를 위한 국민연금 개혁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재 청년층은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도 더 적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정체된 보험료율과 낮은 소득대체율

국민연금의 또 다른 문제는 정체된 보험료율과 낮은 소득대체율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25년째 9%로 고정돼 있다. 이는 영국(25.8%), 독일(18.7%), 일본(18.3%), 미국(13.0%) 등 외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정체된 보험료율은 결국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결국 청년 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우게 된다. 


더구나 소득대체율은 계속 인하됨에 따라 연금 혜택은 줄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40년 기준)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을 뜻한다. 2023년 소득대체율은 42.5%이다.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이라면 나중에 연금으로 월 42만 5천 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소득대체율은 1998년 60%에서 2008년 50%로 낮아지다가 이후 매년 0.5%씩 떨어져 2028년까지 40%로 인하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용돈에 불과한 연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체된 보험료율과 낮은 소득대체율은 청년 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동시에 노인 빈곤을 심화시킨다. OECD 국가 평균 노년층 빈곤율은 약 15%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2.5배 이상인 40%에 육박한다. 최소 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한 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계획을 마련해야만 한다. 


청년 세대를 위한 개혁 방안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청년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청년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오랜 기간 많은 보험료를 내고 더 적은 연금을 받으며 국가 재정확보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게다가 18~34세 청년층은 노동시장에서 최근 10여 년간 지속되는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에서 배제돼 결국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적게 받아 노후에 생활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청년층의 국민연금 적용 제외 비율은 약 53%로 다른 연령층보다 2.5~3배 정도 높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강화와 재정 안정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의 보험료 부담을 차별화하고,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어느 정도 짐을 나눠가질 수 있도록 제도의 변화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국가는 청년 세대의 노인 부양 능력을 지원해야 하다. 아동과 청년에게 교육, 보건의료, 주거, 고용 등의 지원을 대폭 늘려 청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가령 연금 기금을 공공 임대 주택에 투자해 청년층에게 적정한 주거비를 보장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대기업에 치중된 기금의 투자처를 국내의 유망한 중소기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국내의 중소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미래 세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이처럼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연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앞으로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 제도를 꾀해야 한다.



취재/ 조무송 홍보기자(cjswo6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