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디자인은 다양한 굴레를 형성한다. 단순히 ‘디자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 더 나아가 세상과의 연결을 의미로도 접근된다. 자신의 직업을 ‘디자인 번역가’로 정의하고 'STUDIO SHINYOO'를 운영하고 있는 유승민 동문이 있다.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연결하겠다는 다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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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동문(신문방송학과·09)
Q. 스스로를 ‘디자인 번역가’로 정의해 활동하고 있다. 어떤 일인가?
A. 디자인은 번역이다. 번역이란 송신자의 본래 메시지를 존중하며 수신자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틀에 맞게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동원되는 매개는 반드시 양자의 교집합에 속해야 한다. 구별된 역사와 문화가 가장 많이 만나는 현대에는 서로 다른 문화가 마주한 경계에는 반드시 중립지대가 발생한다. 우리는 그 사이를 따라 걸어 온 디자인의 이데아를 현재에 번역하고 있다.
Q. 2019 서울디자인페스티벌(SDF)의 첫 ‘Young Ambassador’로 선정되었다. 현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A. 첫 작품과 전시에서 이 정도의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 다만, 나만의 디자인에 대해 확신을 크게 갖고 있을 뿐이었다. 당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올해 디자인하우스 모이소갤러리에서 단독전시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특히,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보여주셨던 디자인하우스 이영혜 대표님과 권아영 마케터님에게 감사드린다.
Q. ‘디자인 번역가’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문화적 극단을 향해 나아가는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다른 지가 아니라 우리가 왜 같은 지를 발견해야 한다. 디자인에서도 문화와 역사를 이으려는 많은 움직임이 있다. 어느 전시를 가나 각양각색의 전통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모두가 저마다의 특색을 뽑낸다. 차별화를 꾀하는 많은 디자인 작품들 속에서 소통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공감하지 못한다. 우리는 디자인이 세상을 연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품을 만든다. 시공간에 의해 구분된 역사적, 문화적인 구별 위에 겹쳐지는 보편적인 공통감을들 현재에 번역하려 한다.
Q. ‘STUDIO SHINYOO’를 운영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A. STUDIO SHINYOO는 신용섭 디자이너와 함께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스웨덴에서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STUDIO SHIN’을 운영하고 있던 신용섭 디자이너가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걸 수락하면서 ‘STUDIO SHINYOO’가 만들어졌다. 본인은 ‘STUDIO SHINYOO’에서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신용섭 디자이너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다. 재밌는 사실은 '신유'가 일어로 친한 친구라는 뜻을 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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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Design Translators> 라는 책을 발간했다. 어떤 내용인가?
A.기본적으로 ‘STUDIO SHINYOO’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있는 책이다. 신용섭 디자이너가 어떻게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는지부터, STUDIO SHINYOO에 대한 소개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디자인에 대한 심도있는 철학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져있다.
Q. 현재 다양한 전시를 기획 중인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전시인가?
A. 디자인 하우스 모이소갤러리에서 7월 12일까지 진행된 <디자인은 번역이다> 전시는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로서의 첫 데뷔전이었다. 두 개의 다른 공간에서 ‘린:LIN 테이블’을 중심으로 ‘좋은 가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아가 가구가 지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스튜디오 신유만의 고찰과 사유를 선보인 전시였다. 또 7월 중순에는 을지로에서 기획 전시를 추진 중이다. 또한 7월말부터는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경계의 번역>을 주제로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스웨덴의 가구를 탐구해 온 우리의 시선으로 번역된 디자인 언어를 통해, 가구에 관한 새로운 정의를 선보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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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학시절은 어떠했는가?
A. 09년도에 입학했다. 그때는 ‘대학만 가면 공부 안해도 돼’ 였고, 나는 그걸 맹신한 학생 중 한 명이었다. 내 인생의 최종 목표와 숙제를 끝낸 기분으로 입학해 대학생활에 집중하지못했다. ‘입학했으니까 다닌다’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그 시간들을 무척 후회한다. “대학”만큼 자신을 발전시키기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양질의 독서와 좋은 수업, 훌륭한 교수님들과 내가 모르는 세상을 살고 있는 다른 대학생들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자양분들인데, 당시엔 그걸 몰랐다.
Q.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현재의 일과 조금 무관하지 않는가?
A. 신문방송학에서 가장 처음 배우는 이론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다. 송·수신자 간 메시지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신문방송학의 근간이다. 넓게 보면 디렉터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Q.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
A. 학교에서 특별히 어떤 활동을 할 만큼 열정적이진 않았다. 다만 ROTC에 지원하며 학군단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좋은 동기들을 만났다. 10년 전에 만난 동기들은 이제 삶을 공유하는 소중한 친구들이 되어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
Q. 직업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가장 큰 장점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렉터'의 역할은 한정지을 수 없다. 내가 원하고 실제로 행하는 일까지 전부 '나의 업무 범위'이다. 능력이 된다면, 어떠한 범주에도 구애받지 않고 많은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기획하고 홍보하고 진행하고, 결과물을 지켜보며 프로젝트를 확장해나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짜릿하다. 다양한 포지션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재밌는 업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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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의 보람이 있다면?
A. 진행하는 모든 일이 물리적, 심리적 결과로 나타난다. 그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확신을 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예를 들어 우리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나오면, 그 때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하루를 충만하게 채워준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인 스튜디오가 되고 싶다. 해당 분야의 학생이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한국”하면 명확하게 떠오르는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아직까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 시발점이 되고 싶다.
Q.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A. 조금 현실적인 조언을 해보자면, 많은 대학생들이 “교수님”을 어려워한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길 원하던 상관없다. 직접 접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이자 속된 말로 최고의 ‘인맥’은 교수님이다. 타과의 교수님이라도, 궁금하거나 알아보고 싶은 게 있다면 메일부터 보내보길 바란다. 우리 과 학생 아니라고 문전박대 하시는 교수님은 우리 학교에 없을 거라 확신한다. 대학생에게만 주어지는 그 특권을 소중하게 사용하길 바란다.
취재/ 김재은 홍보기자(kje9811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