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글쓰기의 대가가 되고 싶어요”
▲<루왁인간>의 책 표지(왼쪽)와 드라마 포스터(오른쪽)
강한빛(영화예술학과·02) 동문은 2018년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루왁인간>으로 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소설은 독특한 소재와 풍자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졌다. <루왁인간>의 원작자인 그를 만났다.
Q. 루왁인간이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기분은 어떤가?
A. 기분이 좋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 하지만 각색된 드라마는 아이디어만 차용한 수준의 거의 다른 이야기이다. 원작자로서 그 부분이 아쉽다.
Q. 루왁인간을 쓰게 된 계기는?
A. 초고를 쓴 것은 약 4년 전이다. 당시 TV 드라마 미생이 히트하면서 ‘직장 안은 전쟁터, 밖은 지옥’이라는 드라마 대사가 유행하던 때였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산수단을 소유한 지식노동자나 자본가가 되어서 이 끔찍한 지옥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반전 플롯과 사회 풍자를 추가해 완성한 소설이 <루왁인간>이다.
Q. 소설은 어떤 내용인가?
A. 루왁 커피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커피 씨앗을 채취하여 만든 커피이다. 희소성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도 유명하다. 소설에서는 <루왁인간>의 주인공인 정차식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의 배설물이 최고급 향기를 풍기는 커피의 원두가 된 것이다. 소설은 이 사건으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정차식의 생활에 대해 다루고 있다.
Q. 소설의 영감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
A.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다. 틈틈이 무엇을 쓸지, 어떤 영상을 찍을지 생각한다. 군대 생활 때부터 모은 많은 양의 스크랩과 여러 분야의 책을 필기한 노트를 자주 읽는다. <루왁인간>을 쓸 때는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 <골목 사장 분투기>라는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Q. 그동안 집필한 다른 작품이 있는가?
A. 소설은 처음 썼다. 대신 대학 때부터 거의 매년 한 편씩 장편 시나리오를 썼다. 시나리오 자체로는 출판이 되는 글이 아니라 책으로 나온 건 없다. 앞으로 소설도 열심히 쓸 테니 동문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Q. 언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나?
A. 대학교 2학년 때부터다. 학창 시절 백일장에서 상도 타곤 했다. 대학에 와서는 작법서를 보면서 습작을 열심히 했다. 학부 시절 이정국 교수님이 쓴 <시나리오 창작기법>을 닳도록 읽었는데 상업적인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됐다.
Q. 작가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고생해서 쓴 대부분의 작품이 빛도 못 보고 사라진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료조사와 발품이 필요하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일 년 정도가 지나야 초고가 나온다. 대부분의 작품은 쏟은 노력만큼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게 제일 힘들다.
Q. 작가가 되기 위해 특별히 해온 활동이나 노력이 있는가?
A. 특별한 건 없다. 읽기·취재·정리·쓰기의 반복이다. 굳이 있다면 걸작 영화를 보면서 라디오 분해하듯 시나리오를 써보고 구조 분석을 많이 했다. 구조 분석을 꾸준히 하면 공모전이나 방송국에 팔 수 있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Q.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경제력이다. 이상한 소리 같지만, 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먹고살아야 하다 보니 대필 작가나 생계형 용역작가로 전락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작가적 자의식과 관(觀)을 세우는 데 있어 경제적 자립은 정말 중요하다.
Q. 작가로서의 목표는?
A. 장르적 글쓰기의 대가가 되고 싶다. 카프카보다는 디킨스나 스티븐 킹처럼 완성도와 대중성을 갖춘 글을 지향하고 싶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고 언젠가는 영어로 작품을 쓰고 싶다. 나보코프도 러시아 사람인데 <롤리타>를 영어로 썼으니 최소한 도전은 해보려고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최종 목표는 영화감독이다. 전공이 영화 연출이다. ‘협상력이 있는 작가’가 되어 내 글을 직접 연출하고 싶다. 최근에 원정 출산 관련 풍자 코미디 각본을 탈고했는데 영상화가 더뎌지면 소설로 먼저 개작해 볼 생각이다. 쓰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
Q.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A. 이과를 전공한다면 인문학과 예체능 수업을, 반대로 문과는 이과 수업을 꼭 들어보고 교류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분야를 대학생 때 공부해두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다시 그 분야에 도전하거나 영역을 확장할 용기가 생긴다.
취재/ 조성민 홍보기자 (hee_ann@naver.com)